체중 감량의 기적이라 불리던 오젬픽과 위고비. 지난 2년간 미국 성인 8명 중 1명이 이 약을 써봤다고 합니다. 주사 한 방으로 몸무게가 쭉쭉 빠진다는 소문에 전 세계가 열광했죠. 그런데 최근 발표된 연구 결과가 충격적입니다. 약을 시작한 지 3년이 지나면 단 8%만 남아있다는 겁니다. 나머지 92%는 모두 중간에 포기했다는 얘기입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요? 더 놀라운 건 약을 끊으면 빠졌던 살이 거의 다 돌아온다는 사실입니다. 마법 같은 다이어트약이 사실은 함정이었던 걸까요? 아니면 우리가 이 약을 제대로 쓸 줄 몰랐던 걸까요?
월 100만원짜리 주사를 맞는 사람들의 속사정
GLP-1 작용제라 불리는 이 약들은 원래 당뇨병 치료제였습니다. 그런데 환자들이 살이 빠지는 걸 보고 제약회사들이 체중 감량용으로 개발한 거죠. 작동 원리는 단순합니다. 배고픔을 느끼지 못하게 하고, 소화를 느리게 해서 적게 먹어도 배부르게 만듭니다. 실제로 효과는 놀랍습니다. 평균적으로 체중의 15-20%를 감량할 수 있고, 일부는 그 이상도 가능합니다.
문제는 가격입니다. 미국에서 오젬픽이나 위고비의 정가는 월 1,000달러, 우리 돈으로 약 130만원입니다. 제조사가 직접 판매하는 프로그램을 이용해도 월 499달러, 약 65만원입니다. 한국에서도 비급여로 맞으면 월 50-100만원 정도 듭니다. 이 돈을 평생 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더 큰 문제는 보험이 안 된다는 겁니다. 미국 메디케어(노인 의료보험)는 비만 치료제를 아예 보험 적용하지 않습니다. 당뇨나 심장병이 있어야 겨우 처방받을 수 있죠. 민간 보험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환자들이 금방 약을 끊어버리니 돈만 낭비된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래서 설문조사 결과 약을 끊은 사람의 3분의 1이 돈 때문이라고 답했습니다.
부작용 공포가 만든 악순환
하지만 돈보다 더 큰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부작용에 대한 두려움입니다. 약을 끊은 사람의 절반 가까이가 부작용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가장 흔한 건 소화기 문제입니다. 구토, 설사, 변비, 복통이 계속되면 일상생활이 힘들어집니다. 어떤 사람들은 음식을 보기만 해도 속이 울렁거린다고 하죠.
더 무서운 건 장기적인 부작용에 대한 우려입니다. 일부에서는 특정 암 위험이 높아진다는 얘기도 나왔습니다. 물론 최근 연구들은 오히려 GLP-1 약물이 많은 종류의 암 위험을 낮춘다고 보고하고 있지만, 한번 퍼진 공포는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게다가 운동 없이 약만 먹으면 근육과 뼈까지 빠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습니다. 살은 빠지는데 건강은 나빠진다면, 과연 이게 맞는 선택일까요?
실제로 하버드 의대의 조디 두셰이 교수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GLP-1 약물은 분명 효과적이지만, 영양 관리와 운동이 함께 이뤄져야 진정한 건강 개선이 가능합니다. 약은 도구일 뿐이지 해답이 아닙니다.”
3년 버티기가 이렇게 어려운 이유
프라임 테라퓨틱스라는 회사가 발표한 데이터는 충격적입니다. 2023년 연구에서 GLP-1 약물을 시작한 사람 중 1년 후에도 계속 맞는 사람은 32%뿐이었습니다. 2년이 지나면 15%로 줄어들고, 3년이 되면 8%만 남습니다. 100명이 시작하면 3년 후엔 8명만 남는다는 얘기죠.
왜 이렇게 지속률이 낮을까요? 전문가들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봅니다. 첫째, 약값 부담이 계속 누적됩니다. 처음엔 살 빠지는 게 신기해서 참지만, 매달 100만원씩 나가는 걸 몇 년간 버티기는 쉽지 않습니다. 둘째, 부작용이 개선되지 않으면 삶의 질이 떨어집니다. 속이 계속 불편한데 평생 그렇게 살 순 없죠. 셋째, 목표 체중에 도달하면 “이제 됐다”고 생각하고 끊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약을 끊으면 살이 다시 찌는 걸 모르는 거죠.
미시간의 비만 전문의 스펜서 나돌스키 박사는 더 근본적인 문제를 지적합니다. “현재의 의료 시스템은 약 처방에만 집중할 뿐, 환자의 생활습관을 바꾸는 데는 관심이 없습니다. 의사 한 명, 영양사 한 명이 계속 환자를 돌봐야 하는데, 실제로는 그때그때 다른 사람이 상담합니다. 이런 파편화된 관리로는 장기적인 성공이 불가능합니다.”
보험사와 제약회사의 치킨게임
이 상황에서 보험사와 제약회사는 서로를 탓하고 있습니다. 보험사는 “환자들이 금방 약을 끊으니 보험 적용할 가치가 없다”고 말합니다. 블루크로스 블루실드 같은 대형 보험사는 “높은 중단율은 곧 낭비된 비용”이라며 보험 적용을 거부합니다. 반면 제약회사는 “보험이 안 되니까 환자들이 약을 끊는 것”이라고 반박합니다.
실제로 보험 적용 여부가 지속률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위고비의 경우 2021년 출시 당시엔 1년 지속률이 30%였는데, 2024년엔 거의 60%로 올랐습니다. 왜일까요? 일부 보험사들이 조건부로 보험을 적용하기 시작했고, 의사들도 부작용 관리법을 터득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영양 상담이나 운동 프로그램을 함께 제공하는 통합 관리 프로그램도 늘어났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보험은 체중 감량 목적의 GLP-1 처방을 거부합니다. 메디케어는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고, 메디케이드는 50개 주 중 14개 주만 적용합니다. 민간 보험사들도 대부분 거부하거나 까다로운 조건을 붙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환자들은 비싼 약값을 감당하다 결국 포기하고, 그러면 보험사는 “봐라, 역시 효과가 없다”고 말하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진짜 해법은 따로 있다
하버드 공중보건대학의 파르하드 메르타시 연구원은 흥미로운 지적을 합니다. “약물 치료의 성공은 단순히 약을 얼마나 오래 맞느냐가 아니라, 그 기간 동안 생활습관을 얼마나 바꾸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GLP-1은 변화를 위한 기회의 창을 열어줄 뿐입니다.”
실제로 성공적인 사례들을 보면 공통점이 있습니다. 약물 치료와 함께 체계적인 영양 관리를 받고, 규칙적인 운동을 시작하며, 정기적으로 의료진과 상담한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약을 줄이거나 끊어도 체중을 유지할 확률이 훨씬 높습니다. 왜냐하면 약물이 만들어준 ‘덜 먹는 습관’을 생활화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이런 통합적 관리가 더 비싸다는 겁니다. 약값에 영양 상담료, 운동 프로그램 비용까지 더하면 일반인이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 차원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비만을 개인의 문제가 아닌 공중보건 문제로 보고, 통합적 치료에 보험을 적용해야 한다는 거죠.
앞으로 어떻게 될까
현재 미국 의회에서는 메디케어의 비만 치료제 금지 조항을 부분적으로 해제하는 법안이 논의 중입니다. 만약 통과된다면 큰 변화가 일어날 겁니다. 공보험이 적용되면 민간 보험도 따라올 가능성이 높고, 그러면 더 많은 사람이 장기적으로 치료받을 수 있게 됩니다.
제약회사들도 대응하고 있습니다. 부작용을 줄인 차세대 약물을 개발 중이고, 먹는 약 형태도 연구하고 있습니다. 가격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조금씩 내려가고 있습니다. 또한 약물 의존도를 줄이는 치료 프로토콜도 개발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처음 6개월은 약물로 체중을 감량하고, 그 후엔 용량을 줄이면서 생활습관 개선에 집중하는 방식입니다.
GLP-1 약물은 분명 혁명적인 치료제입니다. 하지만 마법의 탄환은 아닙니다. 진정한 성공은 약물을 현명하게 활용하면서 동시에 삶의 방식을 바꾸는 데 있습니다. 92%가 포기한다는 충격적인 수치는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줍니다. 비만 치료는 단순히 약 한 알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 의료 시스템과 사회 전체가 함께 풀어야 할 복잡한 과제라는 사실을 말이죠.
당신이 만약 GLP-1 약물 치료를 고려하고 있다면, 이것만은 꼭 기억하세요. 약은 시작일 뿐입니다. 진짜 변화는 당신의 일상에서 일어나야 합니다. 그리고 혼자가 아닌, 전문가들과 함께 가는 긴 여정이 될 겁니다. 그 여정을 끝까지 갈 준비가 되어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