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며칠 전 공개한 알파이볼브(AlphaEvolve)를 보다가 웃음이 났다. AI가 자기 코드를 수정해서 성능을 높인다는 얘기인데, 이거 완전히 유튜브 알고리즘이랑 똑같다.
유튜브는 내가 뭘 클릭할지 예측해서 추천 영상을 바꾼다. 내가 클릭하면 “아, 이 패턴이 맞구나” 하고 알고리즘이 업데이트된다. 안 클릭하면 “이건 아니네” 하고 다른 걸 시도한다. 결국 나는 알고리즘 훈련용 데이터가 되어버렸다.
알파이볼브도 비슷하다. 코드를 짜고, 테스트하고, 결과 보고, 코드 수정하고. 인간 개발자가 하던 일을 AI가 자동화한 거다. 다만 속도가 인간보다 1000배 빠를 뿐.
재밌는 건 이 과정에서 생기는 자기참조의 역설이다. AI가 AI를 개선하는 AI를 만든다. 거울 앞에 거울을 놓은 것처럼 무한히 반복된다. 언제 멈춰야 할지 AI 스스로도 모른다.
구글은 “전 세계 컴퓨팅 자원의 0.7%를 절약했다”고 자랑하는데, 정작 그 AI를 돌리는 데 쓰는 전력은 얼마나 될까. 다이어트 앱으로 칼로리를 계산하면서 치킨을 시키는 심정이다.
더 무서운 건 따로 있다. AI가 스스로 개선한다는 건 결국 인간이 그 과정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이다. 블랙박스 안에 또 다른 블랙박스가 들어있는 마트료시카 인형 같다.
개발자들은 이미 GitHub Copilot 없이는 코딩이 안 된다고 한다. 이제 그 Copilot마저 스스로 진화한다. 결국 우리는 우리가 만든 도구의 작동 원리도 모르는 채로 그 도구에 의존하게 될 것이다.
전원 플러그를 뽑을 수 있다는 위안은 접어두자. 이미 인터넷 없는 하루도 못 버티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