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는 왜 집값을 못 잡는가
문장 하나
“규제로 집값 내릴 거라고 예상하는 사람은 공부를 못했거나 무주택자다.”
이 문장이 SNS에서 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Part 1: 맞는 부분
문재인 정부는 실패했다
2017년 다주택자 규제 강화. ‘똘똘한 한 채’ 현상 촉발.
KB부동산 서울 아파트 5분위 배율: 6월 6.4 → 7월 6.5 → 8월 6.6 계속 상승. 2022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
규제로 거래는 얼었는데 집값은 올랐다.
이건 팩트다.
2025년 10.15 대출 규제도 마찬가지
주담대 6억 상한. 서울 평균 집값 14억 넘는데 최소 8억 현금 필요.
7월 서울 아파트 매매 3,946건 중 932건(23.6%)이 신고가. 2022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 30억 초과 거래가 전체의 20%.
대출 규제 후 오히려 양극화가 심화됐다.
Part 2: 틀린 부분
“모든 규제”는 아니다
케이스 1: 싱가포르
HDB(공공주택) 비율 80%. 외국인 취득세 60%. 규제 많지만 집값 안정적.
왜? 공급이 있으니까.
케이스 2: 독일
임대료 상한제. 집값 급등? 아니다. 30년간 안정.
왜? 임대 시장이 발달했으니까.
케이스 3: 2008년 미국
버블 붕괴 후 대출 규제 강화. 집값 안정화에 기여했다는 평가.
변수를 빼먹었다
문재인 정부 규제가 실패한 진짜 이유:
1. 공급을 안 늘렸다
규제만 있고 집은 안 지었다.
2. 유동성이 넘쳤다
2025년 4~5월 가계대출 월 5~6조씩 증가, 주담대는 월 4~5조. 돈은 많은데 살 곳은 없으니 집값이 오른다.
3. 우회로가 있었다
갭투자, 증여, 법인 매입. 규제 뚫는 방법이 계속 나왔다.
Part 3: 진짜 질문
“규제로 집값을 내릴 수 있는가?”
정확한 질문은: “어떤 규제가, 어떤 상황에서, 집값을 내릴 수 있는가?”
집값이 내려가는 조건
1. 공급 > 수요
일본 1990년대 버블 붕괴. 인구 감소 + 과잉 공급.
2. 금리 급등
미국 2022~2023. 기준금리 5.25%까지.
3. 경기 침체
2008 금융위기, 2020 코로나 초기.
4. 세금 폭탄
싱가포르 외국인 취득세 60%. 단, 내국인은 예외.
규제의 실제 효과
대출 규제
거래량 ↓ (확실)
집값 ↓ (불확실)
무주택자 피해 ↑ (확실)
양도세 강화
매물 잠김
집값 오히려 ↑ 가능
재건축 규제
공급 ↓
집값 ↑
Part 4: “공부 못했다”는 말의 문제
1. 과거 = 미래 오류
문재인 정부 규제 실패 ≠ 모든 규제 실패
싱가포르는 규제로 성공했다. 독일도 규제로 성공했다.
차이는? 공급과 시스템.
2. 이분법 오류
규제 찬성 이유:
- 투기 억제 필요
- 실수요자 보호
- 부의 양극화 완화
이것도 틀렸다는 건가?
3. 동기 추정 오류
“무주택자니까 집값 내리길 바란다.”
무주택자도 집값이 너무 비싸면 못 산다는 걸 안다. 내려야 살 수 있으니 내리길 바라는 게 이상한가?
Part 5: 진짜 공부한 사람의 의견
전문가 A (규제 회의론)
“문재인 정부 사례로 입증됐다. 규제는 부작용만 크다. 공급을 늘려야 한다.”
전문가 B (규제 필요론)
“규제 없으면 투기가 망친다. 단, 공급과 함께 가야 한다.”
전문가 C (시스템론)
“한국 부동산 문제는 규제 vs 탈규제가 아니다. 주택을 자산이 아닌 주거로 보는 시스템 전환이 필요하다.”
누가 맞나?
셋 다 부분적으로 맞다.
Part 6: 더 정확한 문장
원래
“규제로 집값 내릴 거라고 예상하는 사람은 공부를 못했거나 무주택자다.”
수정
“한국에서 공급 없는 대출 규제로는 집값 안 잡힌다. 문재인 정부가 증명했다. 하지만 공급+규제+세제 패키지는 다른 얘기다.”
이게 더 정확하다.
결론: 조건부 Yes
규제로 집값이 내려가느냐?
조건부 Yes.
공급 증가 + 대출 규제 = 효과 있음
대출 규제만 = 효과 없거나 역효과
문재인 정부는 규제만 했다. 그래서 실패했다.
하지만 “모든 규제는 실패한다”는 과잉 일반화.
규제 찬성하는 사람 = 공부 못한 사람?
아니다. 그냥 다른 전제에서 출발하는 거다.
당신이 “공급이 답”이라 믿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