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결국 말했다 – 2025년 10월 14일 연설 핵심 요약
어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필라델피아에서 입을 열었다.
시장이 원하던 신호, 두 가지를 줬다.
첫 번째, 양적긴축(QT) 종료.
두 번째, 금리 인하 계속.
둘 다 줬다.
양적긴축(QT) 종료 – “앞으로 몇 개월 안에”
파월은 연준이 “앞으로 몇 개월(coming months)” 안에 대차대조표 축소를 중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연방준비제도 공식 연설문
무슨 말이냐면.
연준은 2022년 6월부터 대차대조표를 줄여왔다. 보유한 국채와 모기지증권을 안 사고 만기되는 것도 안 갈아타면서 자연스럽게 축소. 지금까지 2.2조 달러를 줄였다. GDP 대비 35%에서 22% 아래로.
지급준비금 3조 달러, 2019년 위기가 떠오른다
지금 은행 지급준비금(reserves)은 약 3조 달러.
2019년 9월에 머니마켓이 터졌던 그때가 생각나서 조심하는 중이다. 그때 지급준비금이 너무 적어서 단기금리 시장이 얼어붙었다.
파월은 “유동성 여건이 점진적으로 타이트해지는 조짐(signs have begun to emerge that liquidity conditions are gradually tightening)”이 보인다고 했다. 특정 날짜에 레포 금리 압박이 눈에 띈다는 것.
의미: 시장에 돈을 더 이상 빼지 않겠다. 곧 멈춘다.
과거에 대한 반성 – “우리 늦었다”
파월이 드물게 자기반성을 했다.
2020-2021년에 자산 매입을 “더 일찍 멈출 수 있었고, 아마 그랬어야 했다(could have—and perhaps should have—stopped asset purchases sooner)”고 인정했다.
팬데믹 때 4.6조 달러 매입의 후폭풍
팬데믹 때 연준은 국채와 MBS를 미친듯이 샀다.
- 2020년 3-4월: “전례 없는” 속도로 매입
- 2020년 6월~2021년 10월: 월 1,200억 달러씩 지속
- 총 4.6조 달러 매입
문제는 2021년 하반기엔 이미 인플레이션 조짐이 보였다는 것. 그런데도 계속 샀다.
왜?
파월은 “2013년 테이퍼 탠트럼(taper tantrum)과 2018년 12월 시장 혼란”을 생각했다고 한다. 섣불리 긴축 신호 보냈다가 시장이 패닉에 빠지는 게 두려웠던 것.
하지만: “멈췄어도 경제 궤적을 근본적으로 바꿀 만큼은 아니었을 것”이라고 인정.
솔직한 건 좋다. 근데 이미 늦었다.
경제 현황 분석 – “고용 위험 커졌다”
고용 시장: 위험 신호 점멸
실업률은 8월까지 낮았지만, 일자리 증가는 급격히 둔화. 이민 감소와 노동참여율 하락 때문.
파월은 “이 덜 역동적이고 다소 약한 노동시장에서 고용에 대한 하방 리스크가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9월 고용 데이터는 정부 셧다운 때문에 아직 안 나왔지만:
- 주정부 실업보험 청구 데이터: 낮은 수준 유지
- 민간 서베이: 해고와 채용 모두 둔화
- 가구의 일자리 가용성 인식: 하락세
- 기업의 채용 난이도 인식: 하락세
인플레이션: 관세가 범인
8월 근원 PCE 인플레이션: 전년 대비 2.9%
연초보다 약간 상승.
이유? 관세.
파월은 “재화 가격 상승이 주로 관세를 반영”한다고 명시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때린다고 발표. 11월 1일부터. 이게 물가를 밀어올렸다.
파월: “단기 인플레이션 기대는 올해 대체로 상승했지만, 대부분의 장기 기대 측정치는 우리의 2% 목표와 일치한다.”
의미: 인플레이션은 관세 탓이니까 일시적. 본질적 물가 압력은 아니다. 그래서 금리를 내릴 수 있다.
금리 인하 전망 – “계속 내린다”
파월은 명시적으로 말하지 않았지만, 시장은 알아들었다.
“우리는 9월 회의에서 보다 중립적인 정책 기조를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고용과 인플레이션 목표 사이의 긴장을 헤쳐나가는 데 위험 부담 없는 길은 없다.”
시장 예상: 10월 25bp, 12월 25bp
CME FedWatch 툴에 따르면:
- 10월 회의: 25bp 금리 인하 확률 97%
- 12월 회의: 25bp 금리 인하 확률 89%
파월 연설 직후:
- 달러 지수: 당일 저점으로 하락
- 단기 국채 수익률: 하락
- 10년물 국채 수익률: 4.021%로 하락 (9월 초 이후 처음으로 4% 밑)
KPMG 수석 이코노미스트 다이앤 스완크: “파월이 9월 QT 종료와 10월, 12월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 기대를 확인했다.”
MBS 매입 논란 – 변명처럼 들린다
파월은 한 가지 논란에 대해서도 답했다.
“팬데믹 회복기에 주택 시장이 강했는데 왜 주택저당증권(MBS)을 샀냐”는 질문.
파월의 답: “MBS 매입은 국채 매입과 마찬가지로, 정책 금리가 0%로 제약될 때 광범위한 금융 여건을 완화하기 위한 것.”
“이 MBS 매입이 이 기간 동안 주택 시장 상황에 불균형적으로 영향을 미쳤는지는 판단하기 어렵다.”
뭔가 변명처럼 들린다.
실제로 연구(Mondragon and Wieland 2022)에 따르면 팬데믹 때 주택 가격 상승의 약 절반은 재택근무로 설명된다고 한다. 모기지 금리만의 문제가 아니었다는 것.
비트코인 시장 반응 – 연설 전에 이미 무너졌다
비트코인은 10월 14일 3% 하락해 $111,000-112,000 수준까지 떨어졌다. 파월 연설 전부터였다.
대량 매도의 타이밍
연설 직전 12시간 동안:
- 블랙록
- 미국 정부
- 바이낸스
이 세 곳이 합쳐서 $12억 어치 비트코인 매도. 타이밍이 묘하다.
파월 연설 후 회복 시도, 실패
- 연설 직전: $113,100
- 연설 후 최저: $110,000
- 회복: $113,000
암호화폐 전체 시가총액은 파월 연설 후 약 $1,100억이 돌아왔다. 현재 $3.79조. 사상 최고점 대비 $4,800억 낮다.
의미: 파월이 원하는 말 다 했는데도 비트코인은 제자리. 믿음이 없다는 뜻이다.
주식시장 반응 – 미묘한 엇박자
10월 14일 종가
- S&P 500: -0.2% (6,644.31)
- 나스닥: -0.8% (22,521.70)
- 다우: +0.4% (46,270.46)
겉보기엔 별로 안 움직인 것 같다.
하지만 장중 움직임이 미친 롤러코스터였다.
장중 변동성: VIX 22 돌파
- S&P 500 장중: 최대 -1.5% → +0.4% → 종가 -0.2%
- 나스닥 장중: -1.4%까지 하락
- VIX(공포지수): 22 이상 (5월 이후 최고)
왜?
중국이 한국 조선사 한화오션의 미국 자회사 5곳에 제재를 때렸다. 미중 양국이 서로 항구 수수료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장 마감 직전, 트럼프의 트윗 폭탄.
“중국이 우리 대두 안 사는 건 경제적 적대 행위다. 중국산 식용유 수입 중단 고려 중.”
이 한 마디에 S&P 500이 플러스에서 마이너스로 뒤집혔다.
섹터별 희비
승자:
- 다우(산업주): +0.8%
- 금융·산업 섹터
- JPMorgan, Goldman Sachs, Wells Fargo (실적 호조)
패자:
- 나스닥(기술주): -0.3%
- 빅테크 전반
선물시장 – 파월보다 트럼프가 세다
연설 전 아침 (10월 14일 7시)
- S&P 500 선물: -1.0% (-65포인트)
- 나스닥 선물: -1.3% (-322포인트)
- 다우 선물: -0.6% (-276포인트)
파월 연설 전부터 이미 피로 물들었다.
연설 후 밤 – 무표정
- 다우 선물: +19포인트 (거의 보합)
- S&P 500 선물: 거의 변동 없음
- 나스닥 선물: 거의 변동 없음
의미: 파월이 뭐라고 하든 시장은 이미 신경 끄고 있었다.
기술적 신호 – 균열 시작
- S&P 500이 4월 말 이후 처음으로 20일 이동평균선 밑에서 이틀 연속 마감
- 금요일 급락 때 50일 이동평균선(6,538) 근처까지 하락
- RSI: 금요일 40 근처 → 월요일 50 위로 회복 (과매도 30까지는 여전히 거리)
차트가 말한다. 상승 트렌드에 균열.
시장의 진짜 반응 – “파월? 중국이 더 중요”
파월 연설 직후 초기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 국채 수익률 하락
- 달러 약세
- 10년물 국채 수익률 4.04%, 2년물 3.495%
그런데 주식은 안 올랐다.
미중 무역 긴장이 파월의 비둘기파 신호를 완전히 압도했다. “risk-off” 모드 전환. 다우는 500포인트 이상 하락했다가 겨우 회복.
전날(월요일)과 비교
10월 13일(월):
- 다우: +1.3% (587.98포인트)
- S&P 500: +1.6%
- 나스닥: +2.2%
트럼프가 일요일 밤 “중국 걱정하지 마라, 다 잘 될 거다”라고 Truth Social에 썼다. 이게 월요일 반등을 만들었다.
화요일(파월 연설 당일)은 그 반등을 다 토했다.
비둘기파 vs 매파 – 파월의 정체성
중앙은행 용어의 기원
비둘기파 (Dove) = 금리 내리자파
- 금리 인하 선호
- 경기 살리는 게 우선
- 실업률 걱정
- “인플레이션? 어느 정도는 괜찮아”
매파 (Hawk) = 금리 올리자파
- 금리 인상 선호
- 인플레이션 잡는 게 우선
- 물가 상승 걱정
- “실업률? 어느 정도는 감수해야지”
1960년대 베트남 전쟁 때 생긴 표현이다.
- Dove = 평화주의자
- Hawk = 전쟁 지지자
월스트리트가 이걸 가져다 썼다.
파월은 어느 쪽?
원래: 중도 ~ 살짝 매파
2022-2023년: 완전 매파
- 금리를 5.5%까지 올림
- “인플레이션을 반드시 잡겠다”
지금: 비둘기파로 변신 중
10월 14일 연설 핵심:
- “고용 하방 리스크 커졌다” ✓
- “QT 곧 끝난다” ✓
- “금리 계속 내린다” ✓
전형적인 비둘기파 멘트들.
비둘기파 “코스프레”인 이유
진짜 비둘기파가 아니라 상황 때문에 비둘기파처럼 행동한다.
-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2.9% (목표는 2%)
- 근데 고용 시장이 약해지니까 어쩔 수 없이 금리 내리는 중
본심은 매파인데 경제가 안 좋으니까 비둘기 탈 쓴 거.
파월 자신도 “고용과 인플레이션 목표 사이의 긴장(tension)을 헤쳐나가는 데 위험 부담 없는 길은 없다”고 인정했다.
찢어진 거다.
결론: 시장이 이긴다?
파월이 이번에 보낸 신호는 명확하다.
- QT 곧 끝난다 – 몇 개월 안에
- 금리는 계속 내린다 – 10월, 12월 각각 25bp씩
- 고용이 더 중요해졌다 – 인플레이션보다
- 관세가 문제다 – 본질적 물가 압력은 아니다
포춘지는 “파월이 금리 인하가 온다는 가장 강력한 힌트를 줬고, 투자자들은 환호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시장은 이미 움직였다. 채권 수익률 내려가고, 달러 약세.
하지만 주식은?
트럼프의 한마디가 파월의 연설을 압도했다.
파월이 할 말은 다 했다
- CME FedWatch: 10월 금리 인하 확률 97%, 12월 89%
- 그런데 비트코인은 $113,000에서 횡보
- S&P 500은 -0.2%
- 나스닥은 -0.8%
왜?
- 중국 변수가 더 크다 – 트럼프가 한마디 할 때마다 시장이 흔들린다
- 관세가 진짜 문제다 – 파월이 “일시적”이라고 해도 누가 믿나
- 고용 시장이 약하다 – 이게 금리 인하 이유인데, 동시에 경기침체 신호
- 밸류에이션이 비싸다 – 파월이 직접 “주식이 fairly highly valued”라고 했다
한 애널리스트가 말했다. “파월의 비둘기파 제스처가 암호화폐 하락세를 일시 중단시켰다. 하지만 회복은 여전히 취약하다.”
맞는 말이다.
파월이 시장에 물을 주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가 계속 불을 지른다.
누가 이길까?
지금은 트럼프가 이기고 있다.
다음 주요 이벤트
- 10월 24일 (금): 9월 CPI 발표 (정부 셧다운으로 연기됐던 것)
- 10월 28-29일: 연준 FOMC 회의 (25bp 인하 예상)
- 12월 회의: 추가 25bp 인하 예상
관련 용어 설명
양적긴축 (QT, Quantitative Tightening)
- 중앙은행이 보유한 자산(국채, MBS 등)을 줄이는 것
- 시장에서 돈을 회수하는 효과
- 양적완화(QE)의 반대 개념
지급준비금 (Reserves)
- 은행들이 연준에 예치한 돈
- 이게 너무 적으면 단기 자금시장이 경색
레포 금리 (Repo Rate)
- 단기 자금시장 금리
- 은행들끼리 하루짜리 돈 빌려주고 받는 금리
CME FedWatch
- 선물시장 데이터로 금리 인하/인상 확률 계산
- 시장 기대를 실시간으로 보여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