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가 뭐냐고 물으면 간단하다. 곡물로 만든 증류주.

그런데 이걸 만드는 과정이 재밌다.

맥아를 만든다

보리를 물에 불린다. 싹이 나려고 하면 말린다.

왜 이런 짓을 할까? 보리 안의 전분을 당으로 바꾸려고. 싹이 트려면 전분을 당으로 바꿔야 하는데, 그 순간 딱 멈춰버리는 거다. 보리의 입장에서는 사기당한 셈이다.

스코틀랜드에서는 이때 피트(이탄)로 말리기도 한다. 그래서 아일라 위스키에서 병원 소독약 냄새가 나는 거다. 스프링뱅크 증류소는 아직도 이 과정을 직접 한다고.

으깨고 끓인다

곡물을 갈아서 뜨거운 물과 섞는다. 매시 턴(mash tun)이라는 큰 통에서. 죽 끓이는 것처럼 보인다.

버번 만들 때는 옥수수를, 라이 위스키는 호밀을 쓴다. 맥아를 조금 넣어주는데, 효소 때문이다. 전분을 당으로 바꾸는 마법의 가루 역할.

발효시킨다

당물에 효모를 넣는다. 효모는 당을 먹고 알코올과 이산화탄소를 뱉는다.

워시백(washback)이라는 거대한 통에서 48시간에서 96시간. 아드모어 증류소는 나무통을 쓴다. 플라스틱이나 스테인리스보다 낭만적이긴 하다.

이때 나오는 건 맥주랑 비슷하다. 도수는 7-10%. 이걸 ‘워시(wash)’라고 부른다.

증류한다

여기서부터가 진짜다.

포트 스틸은 양파 모양의 구리 솥이다. 워시를 넣고 끓인다. 알코올은 78도에서 끓고 물은 100도에서 끓으니까, 알코올 증기가 먼저 올라온다. 이걸 다시 액체로 만든다.

보통 두 번 증류한다. 첫 번째로 20% 정도, 두 번째로 60-70% 정도까지 올린다. 아일랜드는 세 번 하기도 한다. 집착이다.

컬럼 스틸은 좀 다르다. 커피이 스틸(Coffey still)이라고도 부르는데, 커피랑은 관계없다. 발명한 사람 이름이 커피이(Aeneas Coffey)다.

맥주를 위에서 붓고 아래서 증기를 올린다. 층층이 쌓인 판을 지나면서 알코올 도수가 올라간다. 95%까지도 가능하다고. 버번이나 그레인 위스키를 이렇게 만든다.

증류할 때 처음 나오는 건 ‘헤드(heads)’, 마지막은 ‘테일(tails)’이라고 부른다. 맛이 별로라서 버린다. 중간 부분인 ‘하트(heart)’만 쓴다.

사람이랑 비슷하다.

숙성시킨다

오크통에 넣고 기다린다.

버번은 무조건 새 오크통, 그것도 안을 태운 걸 써야 한다. 스카치는 [최소 3년 숙성 – 법적 규정]. 그냥 나무통이면 다 된다. 셰리통, 버번통, 와인통 뭐든.

창고에 보관하는 동안 알코올이 증발한다. ‘angels’ share’라고 부른다. 천사 몫이라니, 술 만드는 사람들의 낭만이 느껴진다.

부시밀 증류소 창고에 가면 달콤한 알코올 냄새가 난다고. 일하다가 취할 것 같다.

병에 담는다

최소 40% 이상으로 병에 담는다.

차가운 물이나 얼음을 넣었을 때 뿌옇게 되는 걸 막으려고 필터링을 하기도 한다. 칠 필터링(chill-filtering)이라고.

여러 통을 섞어서 담기도 하고, 한 통만 따로 담기도 한다. 후자를 싱글 캐스크(single cask)라고 부른다. 비싸다.

어떻게 마실까

위스키 애드버킷(Whisky Advocate)에 따르면 코가 1조 개의 향을 구분할 수 있다고 한다. [정확한 출처 확인 필요] 혀는 그보다 훨씬 적다고.

그래서 먼저 향을 맡는다. 잔을 살짝 돌려서. 입을 조금 벌리고 맡으면 알코올이 덜 따갑다.

우드포드 리저브(Woodford Reserve)는 플레이버 휠이라는 걸 만들었다. 향을 분류한 원형 차트다. 근데 꼭 거기 있는 향만 찾을 필요는 없다. 누군가에겐 갓 구운 콘브레드 냄새가, 다른 사람에겐 옥수수 냄새일 수 있으니까.

한 모금 마시고 입안에 머금는다. 삼키고 코로 숨을 내쉰다.

물을 넣어도 된다. 마스터 블렌더들은 20%까지 희석해서 마신다고. 숨어있던 향이 나온다. 결점도 드러나지만.

글렌케언(Glencairn) 잔이 좋다고들 한다. 튤립 모양이라 향이 모인다. 니트(NEAT) 글라스도 있고 놀란(Norlan) 글라스도 있다.

그냥 락 글라스도 괜찮다. 얼음 넣기 좋으니까.

보관은 어떻게

와인과 달리 병 안에서 숙성되지 않는다. 10년 된 위스키는 10년 후에도 10년 위스키다.

세워서 보관한다. 눕히면 코르크가 알코올에 절어서 맛이 변한다. 4-6개월마다 병을 거꾸로 해서 코르크를 살짝 적셔주면 좋다고.

10초 정도.

빛과 온도 변화를 피한다. 캐비닛이나 옷장이 최적이다.

병을 반쯤 마시고 남겨두면 산화된다. 공기가 너무 많아서. 프라이빗 프리저브(Private Preserve) 같은 제품으로 불활성 가스를 채우거나, 작은 병에 옮겨 담는다.

파라필름으로 병목을 감싸는 사람도 있다.

제일 좋은 방법? 친구 불러서 다 마시는 거다.

위스키는 결국 즐기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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