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Jerome Powell)의 1조 달러 침묵: 중앙은행이 말하지 않는 것의 무게

침묵의 기술

2025년 10월 16일, 제롬 파월(Jerome Powell)은 아담 스미스(Adam Smith) 상을 받으며 한 시간 동안 말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그가 말하지 않은 것들이었다.

중앙은행가는 두 개의 언어로 말한다. 하나는 입으로, 다른 하나는 침묵으로. 파월의 연설은 연준(Federal Reserve) 대차대조표에 관한 기술적 논의였다. 지루한 주제처럼 들린다. 그러나 그 지루함 속에 수조 달러의 진실이 숨어 있었다.

상(Award)이라는 이름의 아이러니

아담 스미스는 보이지 않는 손을 믿었다. 시장은 스스로를 조정한다. 정부는 개입하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는 시장에 가장 깊숙이 개입한 중앙은행 의장에게 아담 스미스의 이름으로 상을 준다. 대차대조표를 8,500억 달러에서 9조 달러로 팽창시킨 사람에게.

이것은 아이러니가 아니다. 고백이다.

우리는 더 이상 자유시장 경제에 살지 않는다. 우리는 관리 경제에 산다. 그리고 이 상은 그 새로운 현실을 정당화하려는 의식이다.

말한 것: 대차대조표의 기술

파월(Powell)은 2008년 이후 연준이 겪은 변화를 설명했다:

희소준비금 체제(Scarce Reserves Regime)에서 충분준비금 체제(Ample Reserves Regime)로. 더 이상 준비금의 희소성이 금리를 결정하지 않는다. 연준이 준비금에 지급하는 이자가 금리를 설정한다.

경제학 교과서를 다시 쓴 것이다. 가격은 시장에서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중앙은행이 선언하는 것이 되었다.

모기지담보증권(MBS) 2.1조 달러 매입. 은행의 유동성을 위해서라고 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주택 시장에 대한 직접 개입이었다. 시장 중립성은 포기되었다.

양적긴축(QT) 종료 임박. 파월은 “앞으로 몇 개월 안에” 그 지점에 도달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동시에 “아직 갈 길이 있다”고 덧붙였다.

중앙은행가의 언어. 모든 것을 말하면서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다.

말하지 않은 것: 1조 달러의 구멍

파월이 연설에서 빠뜨린 숫자들:

1. 미실현 손실: 약 1조 달러

  • 국채 포트폴리오: -5,700억 달러
  • MBS 포트폴리오: -3,600억 달러

연준이 보유한 증권들은 금리가 낮았을 때 매입했다. 지금 매각하면 1조 달러를 잃는다.

파월은 이 숫자를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2. 운영 손실: 누적 2,450억 달러

2008년부터 2021년까지, 연준은 연평균 780억 달러를 벌어 재무부(Treasury)에 송금했다. 이것은 정부 수입이었고 재정적자를 줄였다.

그러나 2022년부터 상황이 역전되었다. 금리 인상으로 연준이 준비금에 지급하는 이자가 자산에서 받는 이자를 초과했다. 연준은 연평균 750억 달러를 잃기 시작했다.

재무부 송금은 중단되었다. 2029년까지 재개되지 않을 것이다. 총 7년.

파월은 “운영 손실이 통화정책 수행 능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기술적으로 맞다. 그러나 이것이 재정에 미치는 영향은? 침묵.

3. MBS의 느린 죽음: 12년

파월은 “주로 국채를 보유하는 역사적 위치로 돌아가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것은 암묵적 인정이다: MBS 매입은 실수였다.

그러나 어떻게 제거할 것인가?

매각? 3,600억 달러 손실을 인식해야 한다.

만기 도래? 현재 속도로는 140개월, 거의 12년이 걸린다.

파월의 임기 종료: 2026년 5월. 7개월 남았다.

그가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 아니다. 그는 다음 의장에게 넘길 것이다.

독립성이라는 신화

Q&A에서 누군가 물었다: “연준의 독립성을 어떻게 보장하고 있습니까?”

파월의 답변: “우리는 데이터에 근거한(grounded in the data) 결정을 내립니다.”

데이터 의존성. 중앙은행 독립성의 기반.

그런데 10월 FOMC 회의를 앞두고:

  • 정부 셧다운으로 실업률 보고서 발표 중단
  • 파월 자신의 말: “정부 데이터가 황금 표준이고, 민간 데이터로는 대체할 수 없다”
  • 9월 이후 “아무것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
  • 유일한 새 데이터: GDP 3.8% (경제가 예상보다 강하다)

그런데 CME FedWatch는 10월 29일 금리 인하 확률을 96%로 예측한다.

데이터가 없는데 어떻게 데이터 의존적 결정을 내리는가?

데이터가 경제 강세를 시사하는데 왜 금리를 내리는가?

답은 하나다: 데이터 의존성은 레토릭이다. 우리가 하고 싶은 것을 정당화하기 위한 언어.

다음 의장에게 넘기는 폭탄

파월(Powell)이 2026년 5월에 떠날 때 남기는 것들:

문제 규모 예상 해결 시기
이연 송금 자산 2,450억 달러 2029년
MBS 포트폴리오 2.1조 달러 2037년
미실현 손실 ~1조 달러 매각 시 실현

파월은 리더십으로 찬사받는다. “어려운 시기를 헤쳐나간 모범적 리더.”

그러나 진정한 리더는 어려운 결정을 내린다. 파월은 어려운 결정을 연기했다.

1조 달러의 손실 인식? 다음 의장이 할 일.
MBS 매각? 너무 고통스럽다. 12년 기다리자.
재무부 송금 재개? 2029년까지 불가능.

그는 문제를 해결하지 않았다. 그는 문제를 재정의했다.

투명성의 역설

중앙은행은 딜레마에 갇혀 있다:

너무 솔직하면 → 시장 패닉
너무 불투명하면 → 신뢰 상실

파월의 전략: 기술적으로 사실을 말하되, 의미를 최소화한다.

  • 운영 손실? 언급했다. 그러나 규모(-2,450억)와 기간(7년)은 생략했다.
  • MBS 문제? “국채 중심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간접적으로 말했다. “MBS는 실수였다”고는 말하지 않았다.
  • 미실현 손실 1조 달러? 완전 침묵.

진실을 말하는 것과 진실되게 말하는 것은 다르다.

파월은 전자를 했지만 후자는 하지 않았다.

아담 스미스가 본다면

아담 스미스(Adam Smith)가 지금의 연준(Fed)을 본다면 뭐라고 할까?

그는 아마도 이것이 자신의 철학과 정반대임을 인정할 것이다. 보이지 않는 손이 아니라, 매우 보이는 9조 달러의 손.

그러나 그는 또한 이것이 불가피했을 수 있음을 이해할지도 모른다. 2008년 금융위기(Great Financial Crisis)는 시장의 자기 조정 능력의 한계를 보여주었다.

문제는 개입 자체가 아니다. 문제는 개입의 비용을 누가 부담하는가다.

1조 달러의 손실, 7년간의 재무부 송금 중단, 12년에 걸친 MBS 제거 – 이 모든 비용은 결국 납세자가 부담한다.

그리고 파월은 이 비용에 대해 명확하게 말하지 않았다.

침묵이 말하는 것

중앙은행은 전지전능하지 않다. 그들도 실수한다. 그들도 갇혀 있다.

MBS 매입은 당시에는 필요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지금 제거하는 비용이 너무 크다.

금리 인상은 인플레이션과 싸우기 위해 필수적이었다. 그러나 연준 자체를 적자 기관으로 만들었다.

파월의 침묵은 이것을 말한다: “우리는 선택지가 없었다. 그리고 지금도 좋은 선택지가 없다.”

이것은 고백이다. 권력의 고백이 아니라, 무력함의 고백.

우리가 마주한 질문

파월(Powell)의 연설은 끝났다. 그러나 질문들은 남는다.

데이터가 없을 때, 데이터 의존적이라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독립성은 압력에 직면했을 때 어떻게 유지되는가?

과거의 정책 실수를 누가 어떻게 바로잡는가?

투명성과 시스템 안정성 사이에서 어떤 균형을 택할 것인가?

이것들은 쉬운 질문이 아니다. 그리고 파월은 답하지 않았다.

어쩌면 답이 없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에필로그: 신뢰의 경제학

돈은 종이다. 그것이 가치를 갖는 것은 우리가 그것을 발행하는 기관을 신뢰하기 때문이다.

신뢰는 정보에서 나온다. 우리가 알 때, 우리는 신뢰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모를 때? 그때 우리가 하는 것은 신뢰가 아니라 믿음(faith)이다.

파월(Powell)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은 무엇인가? 신뢰인가, 믿음인가?

그는 우리에게 충분한 정보를 주었는가? 아니면 불편한 진실들을 침묵 속에 묻었는가?

1조 달러의 침묵. 7년의 공백. 12년의 문제.

이것들은 단순한 회계 항목이 아니다. 이것들은 우리가 중앙은행과 맺는 계약의 조건들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조건들을 완전히 알지 못한 채 서명하고 있다.

2026년 5월, 제롬 파월은 떠날 것이다. 그의 유산은 무엇인가?

인플레이션을 이긴 사람? 시스템을 안정시킨 사람?

아니면 가장 어려운 질문들을 다음 사람에게 넘긴 사람?

역사는 두 가지 모두라고 말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중앙은행의 현실이다.

완벽한 선택은 없다. 오직 트레이드오프만 있다.

파월의 진짜 실패는 실수를 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그 트레이드오프를 명확하게 말하지 않은 것이다.

침묵도 선택이다. 그리고 모든 선택에는 대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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