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루레몬 창업자의 경고: 기업 성장이 브랜드 차별화를 파괴하는 과정

성공한 브랜드가 평범해지는 건 한순간이다. 룰루레몬의 창업자 칩 윌슨이 월스트리트저널에 전면광고를 낸 이유가 여기 있다. 자신이 만든 회사가 무너지는 걸 보고만 있을 수 없었던 것이다.

2025년 10월, 그는 공개적으로 이사회를 비난했다. “체계적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해체했다”고. 주가는 1년 사이 50% 이상 폭락했다. 숫자가 증명한다.

이 이야기가 중요한 이유는 단순하다. 성장하는 모든 기업이 같은 함정에 빠지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들도 예외가 아니다. 처음의 창의성과 차별성을 유지하면서 성장하는 건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

브랜드 차별화가 사라지는 순간

처음 룰루레몬이 나왔을 때, 이건 그냥 요가복이 아니었다. 다른 모든 운동복과 달랐다. 그게 브랜드다. 맥킨지식 차트가 아니라 실제로 다른 것.

칩 윌슨은 이걸 “차별화”라고 부른다. 컨설턴트들이 말하는 그런 밝은 차트 같은 게 아니다. 진짜 다른 길을 가는 것. 대규모의 위험을 감수하는 것. 다른 모든 것과 다른 무언가를 만드는 것.

차별화가 있으면 소비자는 가격에 둔감해진다. 브랜드가 성장한다. 문제는 이 차별성을 유지하는 게 까다롭다는 거다.

성장은 강력한 적이다. 모방하는 경쟁자가 생기고, 기업 계층이 늘어나고, 평범한 사람들이 평범한 생각을 들고 들어온다. 어느새 카테고리의 지루한 중심이 되고, 다른 모든 사람들은 앞으로 나아간다.

윌슨은 이 과정을 “GAP화”라고 불렀다. 끔찍한 단어지만 정확한 관찰이다. GAP이 한때 어땠는지 기억하는가? 이제는 쇼핑몰에서 그냥 지나치는 브랜드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혁신적이었던 브랜드가 대기업이 되면서 “무난함”을 추구하게 되는 경우. 안전한 선택, 보수적인 성장, 리스크 회피. 결과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브랜드.

제품 중심 마케팅을 잃어버린 마케터들

1960년대 제롬 맥카시 교수가 마케팅의 4P를 만들었다. Product(제품), Price(가격), Place(유통), Promotion(프로모션). 60년이 지났다. 다른 학문에서 60년이면 영구적이다. 마케팅에서만 교체가 필요한 신호다.

Passion, Process, Purpose… 온갖 P로 시작하는 단어들이 제안됐다. 우리가 이런 대체제를 만지작거리는 동안, 마케팅의 핵심을 잃어버렸다.

마케터들이 제품 개발에서 사라졌다. 가격 전략이나 유통 전략에 대한 발언권을 잃었다. 오늘날 대부분의 마케팅 부서는 그냥 커뮤니케이션만 처리한다.

광고 대행사 출신 마케터가 늘어나면서 이 현상은 더 심해졌다. 그들은 제품이 아니라 메시지를 다룬다. 제품의 실제 개선이나 진화에는 관심이 없다. 그래서 “제품 마케터”라는 새로운 직군이 생겼다. 원래 모든 마케터가 제품을 다뤄야 하는데.

칩 윌슨은 안다. 제품이 가장 중요한 P라는 것을. 마케터는 소비자를 이해해서 브랜드에 맞게 제품을 개선하고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을.

한국 기업의 제품 마케팅 현실

한국 대기업 마케팅팀을 보면 이런 경우가 많다:

  • 제품 개발은 R&D나 상품기획팀 소관
  • 마케팅은 광고 집행과 프로모션만
  • 소비자 인사이트가 제품에 반영되지 않음
  • 결과: 평범한 제품에 화려한 광고

룰루레몬 초기에는 달랐다. 요가 강사들의 피드백이 직접 제품 개발에 들어갔다. 마케팅이 아니라 제품 자체가 마케팅이었다. 지금은? 다른 스포츠 브랜드와 비슷한 옷을 만든다.

기업가정신이 사라지면 벌어지는 일

브랜드 관리에 비밀이 있다면, 그건 기업가적 사고의 완고한 고집이다.

너무 많은 마케터들이 프로세스, 합의, 정치적 올바름의 따뜻한 품에 몸을 맡긴다. 위험과 혁신 주변을 평범함에 대한 상이라도 있는 것처럼 조심조심 걷는다.

하지만 기업가적 접근—감당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이 물어뜯고, 정통을 지지하는 게 아니라 공격하는 것—이 무관련성에 대한 유일한 해독제다.

애플부터 나이키까지, 모든 획기적인 브랜드는 관리인이 아니라 새로운 영토를 개척하고 진보를 위해 때로는 배를 좌초시킬 의지가 있는 해적들이 이끌었다.

문제는 회사가 커질수록 이 기업가적 태도를 유지하기가 기하급수적으로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실패의 잠재적 위험이 커지니까.

제프 베조스는 아마존을 키우는 데 놀라웠지만, 회사가 거의 다른 어떤 회사보다 커지면서도 기업가적 우위를 유지한 것은 더욱 놀랍다.

대기업병의 정체

한국 스타트업이 성장하면서 겪는 전형적인 과정:

1단계: 스타트업 시절

  • 빠른 의사결정
  • 실험과 실패 반복
  • 창업자의 직관이 전략

2단계: 시리즈 B~C (직원 50-200명)

  • 프로세스 도입
  • 리스크 관리 시작
  • “전문경영” 논의

3단계: 상장 이후

  • 분기 실적 압박
  • 이사회 눈치
  • 안전한 선택만
  • 혁신 제안은 “검토 후 회신”

룰루레몬이 지금 3단계다. 칩 윌슨이 화낸 이유다.

창의성은 마케터의 일이 아니다

많은 마케터들이 마케팅 역량을 창의적 리더십과 혼동한다.

나는 경력 중에 훌륭한 크리에이티브들과 일할 기회가 있었다. 창의성을 마스터하는 첫 단계는 그것의 대부분이 마케터에게서 나오지 않는다는 걸 깨닫는 것이다.

우리는 재무팀보다는 창의적이다. 하지만 파슨스 출신 인재들과 일해보면, 마케팅의 역할은 진짜 크리에이티브 인재를 선택하고, 지원하고, 브리핑하고, 인정하는 것이지 그 자체가 되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좋은 마케터는 브리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대부분이 형편없이 못하는 기술이다. 하지만 그들의 오만함과 에이전시의 비겁함(클라이언트의 재앙적인 브리핑 무능력에 대해 공개적으로 말하지만 직접적으로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이 결합되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고 창의성이 항상 패배자다.

브리핑의 중요성

실제 케이스:

나쁜 브리핑
“MZ세대 타겟으로 바이럴 캠페인 해주세요. 힙하고 트렌디하게요.”

좋은 브리핑

  • 타겟: 25-34세 직장인, 퇴근 후 운동 시작한 지 3개월 이내
  • 문제: 운동복 브랜드가 너무 전문가용이라 부담스러움
  • 목표: “나도 할 수 있다”는 심리적 허들 낮추기
  • 톤: 친구가 조언하는 느낌, 격려하되 가르치지 않음
  • 제약: 예산 3천만원, 3주 내 실행

첫 번째는 에이전시가 알아서 해석한다. 보통 틀린다.
두 번째는 크리에이티브가 정확히 뭘 해야 할지 안다.

룰루레몬이 알려주는 교훈

칩 윌슨은 논란의 여지가 있는 인물이다. 자기가 설립한 회사에서는 확실히 인기가 없다. 하지만 그의 지적은 맞다. 사실 네 가지다.

룰루레몬 이사회는 아마 그의 메모를 무시할 것이다. 하지만 당신은 무시하면 안 된다.

실전 적용: 당신의 브랜드는 안전한가?

다음 질문들에 답해보라:

브랜드 차별화 체크

  • 경쟁사와 진짜 다른 점을 세 가지 말할 수 있는가?
  • 가격을 10% 올려도 고객이 떠나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 지난 2년간 제품/서비스를 근본적으로 바꾼 적이 있는가?

제품 중심 사고 체크

  • 마케터가 제품 개발 회의에 참석하는가?
  • 소비자 피드백이 실제 제품 개선으로 이어지는가?
  • 광고보다 제품 자체가 입소문을 만드는가?

기업가정신 체크

  • 실패한 실험이 징계 사유가 아니라 학습으로 인정되는가?
  • 의사결정에 며칠이 아니라 몇 주가 걸리는가?
  • “안전한 선택”이 회의 결론의 기본값인가?

창의성 체크

  • 외부 크리에이티브에게 명확한 브리핑을 하는가?
  • 창의적 제안을 재무 논리만으로 거부하는가?
  • 마케터가 직접 카피를 쓰려고 하는가? (이러면 안 됨)

5개 이상 체크되지 않으면, 당신의 브랜드는 이미 GAP화 중이다.

평범함으로 가는 길은 짧다

GAP화는 못생긴 단어지만, 진짜 마케팅과 브랜드 구축이 무엇인지 기억할 아름다운 기회다.

성장하면서 초심을 잃는 건 자연스럽다. 직원이 늘고, 주주가 생기고, 분기 실적 압박이 오면 안전한 선택을 하게 된다. 이해한다.

하지만 이해하는 것과 받아들이는 것은 다르다.

룰루레몬이 특별했던 이유는 요가복을 만들어서가 아니다. 다르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 차이를 만든 네 가지—제품, 브랜드, 기업가정신, 창의성—를 잃으면서 평범해졌다.

주가 50% 하락은 결과일 뿐이다. 진짜 문제는 아무도 더 이상 룰루레몬에 대해 얘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냥 운동복 브랜드 중 하나가 됐다.

핵심은 이거다: 차별화 없이 성장하면 결국 아무도 아닌 존재가 된다. 크지만 지루한 브랜드. 돈은 벌지만 사랑받지 못하는 회사.

당신의 브랜드는 어디쯤 와 있나.


참고 자료:

  • Mark Ritson, “Corporate Pressure Killed Lululemon’s Creative Soul”, Marketing Week (2025년 10월)
  • 마케팅 4P: E. Jerome McCarthy, Basic Marketing: A Managerial Approach (1960)
  • 룰루레몬 주가 데이터: 2024-2025년 공개 시장 데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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