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루레몬, 이제 살 때인가?

요가복 브랜드가 투자 얘기에 왜 나오는지 모르겠다면 정상이다. 나도 처음엔 그랬다.

룰루레몬(LULU)이라는 캐나다 회사가 있다. 요가복으로 시작해서 이제는 운동복계의 샤넬이 됐다. 레깅스 하나가 10만원이 넘는데도 사람들이 줄을 선다. 특히 미국에서.

최근 뭔 일이 있었나

지난 분기 실적 발표 후 주가가 하루에 20% 폭락했다. 올해만 벌써 세 번째다.

매출은 25억 달러로 전년 대비 7% 늘었는데,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들 예상보다는 4천만 달러 부족했다. 아마존 매출에 비하면 오차범위 수준인데 시장 반응은 과격했다.

재미있는 건 지역별 차이다. 미국에서는 1% 성장에 그쳤지만, 해외에서는 22% 늘었다. 특히 중국이 25% 성장으로 독주했다. 미국인들은 룰루레몬 지갑을 닫고 있는데, 중국인들은 열고 있다는 얘기다.

왜 이렇게 된 걸까

가장 큰 문제는 관세다. 트럼프 행정부가 때린 관세 때문에 룰루레몬이 연간 매출총이익에서 2억 4천만 달러를 더 내야 한다. 레깅스 한 벌 만드는 비용이 올라간 것이다.

여기에 ‘디 미니미스 면제’ 폐지까지 겹쳤다. 이게 뭔가 하면, 800달러 이하 소액 수입품에는 관세를 안 물리던 제도다. 온라인으로 해외 직구할 때 적용되던 혜택인데, 이제 없어진다. 룰루레몬 온라인 주문도 더 비싸진다는 뜻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굳이 비싼 돈 주고 룰루레몬을 사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 만하다. 실제로 재고가 20% 늘었다. 창고에 팔리지 않은 레깅스들이 쌓이고 있다.

그런데 정말 망하는 회사인가

숫자를 보면 그렇지 않다.

우선 빚이 없다. 현금 11억 5천만 달러를 보유한 무차입 상태다. 이런 회사는 흔치 않다. 위기가 와도 버틸 수 있는 체력이 있다는 뜻이다.

수익성도 여전히 높다. 매출총이익률이 58.5%, 영업이익률이 20.7%다. 관세 부담으로 떨어진 수치지만, 여전히 다른 의류업체들보다 훨씬 높다.

특히 주목할 점은 중국 시장이다. 중국에서는 현지 생산시설이 있어서 관세 문제가 없다. 게다가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이 연 7.4% 성장하고 있다는 전망도 있다. 2030년에는 7,700억 달러 규모가 될 거라고 한다[정확한 출처: GlobalNewswire 2025년 5월 보고서].

주가는 얼마나 떨어진 건가

현재 PER(주가수익비율)이 20배 미만이다. 한때 70배까지 올라갔던 걸 생각하면 많이 내렸다. 70배는 확실히 거품이었지만, 지금은 반대로 과도하게 저평가된 것 같다.

동종업계 다른 의류회사들과 비교해도 66% 정도 상승여력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Seeking Alpha 분석 기준].

그럼 지금 사야 하나

투자는 각자 판단이다. 다만 몇 가지는 분명해 보인다.

관세 문제는 영구적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미 대법원에서 트럼프 관세가 위법이라는 판결이 나올 수도 있다[Forbes 2025년 9월 보도]. 그러면 관세 부담이 사라진다.

중국에서의 성장 모멘텀은 계속될 것 같다. 틱톡이나 위챗 같은 소셜커머스가 워낙 강력하다. 중국 사람들이 브랜드 좋아하는 것도 룰루레몬에게는 유리하다.

미국 시장도 언젠가는 회복할 것이다. 운동복 입는 문화가 없어지지는 않을 테니까.

정리하면

룰루레몬은 지금 시장에서 따돌림당하고 있다. 관세니 뭐니 해서 앞이 캄캄해 보인다. 하지만 기본기는 여전히 단단하다.

재무구조 건전하고, 브랜드 파워 있고, 중국에서는 잘 나가고 있다. 주가도 역사적으로 보면 저평가 구간이다.

물론 단기적으로는 더 떨어질 수도 있다. 관세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는 불확실성이 남아있다. 그래서 조금씩 나눠서 사는 게 나을 것 같다.

투자에 정답은 없지만, 좋은 회사를 싸게 살 기회는 그리 자주 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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