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번은 그냥 마시면 된다. 달콤하고 바닐라 향이 나고, 대충 아무거나 집어도 크게 실패할 일이 없다. 스카치는 다르다. 잘못 고르면 정말 후회한다.
병원 소독약 냄새가 나는 걸 첫 잔으로 마신 친구가 있다. 아일라 위스키였다. 그 친구는 아직도 위스키를 안 마신다.
유전자가 거부하는 맛
재밌는 게 있다. 일부 사람들은 유전적으로 쓴맛을 못 받아들인다고 한다. 스카치에 그런 쓴맛이 많다.
M. Carrie Allan이라는 Washington Post 기자가 이런 말을 했다. “보드카 토닉 마시는 사람한테 아드벡 주면 안 돼요. 부드러운 스페이사이드나 하이랜드부터 시작하세요.”
맞는 말이다. 극단적인 맛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피해야 할 것들
NAS(No Age Statement) 위스키
나이 표시 없는 위스키. 도미닉 로스크로우라는 위스키 작가가 이런 비유를 했다. “프라이드 치킨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로스트 치킨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날것은 아무도 안 좋아한다. 일부 NAS는 날것이다.”
정확한 비유다. 좋은 NAS도 있지만, 모르는 건 사지 마라.
피트 위스키
병원 냄새, 소독약 냄새, 연기 냄새.
바베큐 매니아라면 오히려 좋아할 수도 있다. 훈제 연어나 베이컨에 환장하는 사람이라면 시도해볼 만하다.
아니면 피해라.
너무 드라이하고 후추맛 나는 것
칼로 데비토라는 편집자가 “The New Single Malt”라는 책에서 이렇게 썼다. “스카치는 버번이나 라이보다 훨씬 드라이하다.”
이 쓴맛은 정말 acquired taste다. 익숙해져야 좋은 맛. 처음부터 이걸 주면 평생 위스키 안 마신다.
캐스크로 취향 저격하기
스카치의 매력은 다양성이다. 버번 캐스크, 셰리 캐스크, 와인 캐스크…
배우 Patricia Selznick이 이런 말을 했다. “캐스크 종류를 보면 어떤 과일향이 날지 알 수 있어요.”
하지만 조심해야 한다. 로스크로우의 말을 빌리면 “셰리를 너무 때려박은 위스키는 초보자한테 그냥 셰리 맛만 난다. 몰트가 자기 표현을 할 공간이 없다.”
추천 목록
Aberfeldy 12년
달콤하고 몰티하다. 셰리 과일향도 살짝, 연기도 아주 살짝. 가성비 좋다.
Auchentoshan American Oak
“버번 마시는 사람용 몰트”라고 까이는데, 그래서 좋다. 바닐라 달콤함. 버번 좋아하는 사람 낚기 딱이다.
Copper Dog
스페이사이드 8개 증류소 블렌딩. 스페이사이드가 뭔지 한 병으로 알 수 있다. 과일향, 꿀, 향신료. 가격도 착하다.
Glenfarclas 10년
맥캘란의 대안으로 자주 언급된다. 셰리 위스키 입문용.
Glenlivet 15년
로스크로우 曰 “스페이사이드의 과일향을 보여주는 좋은 예. 프렌치 오크 숙성으로 스파이시함도 있다.”
Highland Park 12년
균형 잡혔다. 복잡하지 않다. 풀내음, 과일, 꿀.
Monkey Shoulder
트리플 몰트. 크리미하고 부드럽다. 입문자가 나중에 집에 쟁여둘 확률 높다.
가격 얘기를 하자면 정확한 가격 정보 필요. 스카치는 비싸다. 하지만 한 병으로 누군가를 위스키의 세계로 끌어들일 수 있다면.
근데 정말 중요한 건 따로 있다.
상대를 아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