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터 고스팅의 심리학

커플 시즌이 다가오니까 데이팅 앱 다운로드가 늘어난다. 범프와 힌지에서 매칭되고, 채팅하고, 만날 약속을 잡는다. 그런데 정작 약속 시간에 나타나지 않는다.

고스팅의 업그레이드 버전이 나왔다. ‘폴터 고스팅(Polter-Ghosting)’이라고 한다. 일반적인 고스팅이 서서히 연락을 줄여가며 사라지는 거라면, 폴터 고스팅은 약속을 잡고 나타나지 않는다. 상대방 혼자 카페에 앉아 있게 만든다.

재밌는 건 이들의 심리다. 처음부터 상대를 아프게 하려던 건 아니다. 범블 전문가 캐롤라인 웨스트의 분석을 보면 “겁이 나서” 또는 “설명할 예의가 없어서”라고 한다.

정확히 말하면 결정 회피다.

데이팅 앱에서 만난 사람과의 첫 만남은 묘한 지점에 있다. 진짜 관계도 아니고, 완전한 타인도 아니다. 거절하기엔 너무 가깝고, 지켜야 할 예의는 애매하다.

그래서 그냥 안 나타난다. 거절의 부담도, 설명의 수고도 피할 수 있다. 상대방이 혼자 앉아 있는 모습은 보이지 않으니까.

인스타그램 스토리에는 “바쁜 일상” 올리면서 정작 약속한 사람 앞에는 안 나타나는 모순. 온라인에서는 활발하게 소통하지만 오프라인 약속은 지키지 않는 세대의 초상화다.

데이팅 앱의 역설이 여기 있다. 선택지가 무한하니까 하나하나의 가치가 떨어진다. 스와이프 한 번이면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 있는데 굳이 어색한 첫 만남을 감수할 이유가 있을까.

폴터 고스팅당한 사람들은 어떻게 할까. 전문가들은 “자기 관리하고 친구들과 시간 보내라”고 조언한다. 이미 준비해서 나온 김에 혼자라도 즐기라고.

하지만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이게 점점 일반화되고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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